Cough, Love, Doubt
박경빈, 김지오, 최형준 3인전
온수공간, 서울, 한국
Onsu-gonggan, Seoul, Korea
2025

<서문>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 했다. 안쪽부터 부풀어 오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필시 터져 나오더라도 그것은 주변에서 맴돌고 있을 것이다. 무언가 소명을 받고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쓸모 없는 것은 환영 받지 않는다. 매끈한 세상에 생의 흔적은 개인의 영역 안에서만 머물기를 권고 받는다. 이것들은 쌓이고 쌓여 결국에 우리는 어떤 형태의 몸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Cough – Love – Doubt》는 그것들이 증언하는 삶의 단상이다.
피부 너머로 밀려나가는 거부반응과 내가 아닌 것을 기꺼이 끌어 안으려는 열망은 모두 ‘나’를 자각하는 순간과 맥락을 같이한다. 밖을 향하는 것은 곧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안으로 되돌아온다. 주체의 근간은 무엇인가?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자기이해는 결국 드러나는 증상을 지표삼아 가능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상된 이미지와 알레고리, 그리고 그것과 동반하는 물질을 통해 그 이면의 인간을 가늠한다. 
김지오, 박경빈, 최형준은 ‘나’를 의심하면서도 갈망하는 것이 평생의 숙원일 것임을 받아들인다. 대신 각기 다른 방법으로 무엇인지도 모른 채 도달하려는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김지오는 유년기의 기억을 지우기 위한 시도로  형체 없는 관념을 물질화하고 그것을 유물로 만들어버린다. 반면 박경빈은 고전적 물성과 기법으로 디지털화되고 산업화된 소재를 다루며, 인간사 속 비행을 둘러싼 거시적 야망 사이에서 사라지는 개인을 복원한다. 최형준은 조율된 장면과 투영된 사물을 단서삼아 자아의 실존적 증거를 한 걸음 밖에서 추적한다. 
‘전시장’이라는 사회적 장에 모습을 드러낸 작업들은 세 사람 삶의 부산물이자 누군가에게 현재-세상의 징후로 작동할 것이다.우리는 씻겨 나가 실오라기 하나 없이 남기를 바라며 한 자리에 모인다. 어리석은 믿음과 과정을 함께하는 관계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질문으로 확장된다. 우리는 피치 못하게 모순의 집합체로서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건 완결나지 않을 재채기와 사랑, 그리고 의심의 합중주일지도 모른다.
글 박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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