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테이토 Potato
박경빈, 장예빈 2인전
기체, 서울, 한국
Kiche, Seoul, Korea
2026

《포테이토》(Potato)
2026.3.12 - 4.18
박경빈 장예빈

기체는 2026년 두번째 기획전으로 박경빈, 장예빈의 2인전 《포테이토》(Potato)를 개최한다. 마치 감자로
촬영한 것처럼 흐릿하거나 뿌옇게 된 이미지를 뜻하는 밈 용어 ‘포테이토 퀄리티(potato quality)’에서
착안한 이번 전시는 해상도가 높을수록 더욱 신뢰할 만한 것으로 간주되는 동시대 시각 환경에서 저화질
이미지를 매개로 일어나는 새로운 작가적 진술들을 조명한다. 오늘날 재현의 테크놀로지는 그 어느 때보다
사물을 또렷하게 비추고, 또 매끄럽게 기록하지만 박경빈과 장예빈은 그것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대신
각자의 시선에서 발견한 틈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벌려낸다.

박경빈은 역사와 신화 속에서 반복되어 온 ‘비행’의 이미지를 밀랍 위에 전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건을
재현하기보다, 재현된 사건이 수용되는 조건에 그는 주목한다. 꾸덕한 매질 속으로 삼투되는 이미지가
투명성을 상실하고, 형태의 왜곡을 겪는 과정은 객관성을 표방하는 기록물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해석되고 전유되는 조건에 대한 물질적 메타포가 된다. 〈The Réseau on the Elephant〉는 광학적
정밀함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레조 마크(NASA의 카메라 렌즈에 새겨진 규칙적인 십자 무늬)가 달 착륙
음모론의 단초가 되는 아이러니를 극단으로 밀어 붙인다. 철심으로 구현된 격자선은 더욱 견고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너머의 월면 사진은 생성형 AI를 거친 뒤 밀랍에 전사되는 이중의 조작을 통과하며
원본으로부터 회복 불가능하게 멀어지는 것이다.

장예빈은 스포츠 중계영상에서부터 일상의 숏폼 비디오까지, 크고 작은 영상 기록물 속 운동하는 신체를
멈춰 세운다. 본래 스크린샷은 빠르게 운동하는 이미지 (moving image)에서 드러나지 않는 선명함을
판독 가능하게 해주지만, 에어브러시로 구현한 장예빈의 정지 화면은 이른바 ‘광학적 무의식'을
가시화하는데 관심을 두기보다 오히려 형상이 어떻게 지워지며 모호해질 수 있는지 실험하는 듯 하다.
원본의 서사나 맥락으로부터 분절된 이미지는 아크릴 안료의 날카로운 분사를 통해 캔버스 위에서만
성립하는 또 다른 운동의 벡터를 부여받는다. 〈Tender Barrier〉는 익스트림 클로즈업 된 권투 선수의
눈동자 한 구석에 상대 선수의 얼굴을 연기처럼 일그러진 윤곽으로 포착한다. 이는 링 위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한 극적 장치가 아니라, 보는 행위가 신체와 신체의 마주침을 전제하는 정동적
사건임을 환기한다.

《포테이토》는 저화질 이미지를 구제하거나 복권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이미지가 형상의 의무에서 풀려나
이지러질 때 발생하는 이완과 긴장을 가리킬 뿐이다. 박경빈이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의 환한 미소를
밀랍 속에서 녹여버릴 때 (〈해피 쿼런틴〉), 혹은 장예빈이 블러 처리 된 익명의 초상 위로 흰 치열만을
남겨둘 때 (〈(에어브러시 초상 소품)〉), 우리는 그 바랜 표면을 가로지르며 부상하는 낯선 실재를 본다. 가장
흐릿하게 열화된 자리에서 가장 선명한 실존이 발아하는 것, 이것이 《포테이토》가 주목하는 동시대 회화의
수행적 특성이다.


전시 서문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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